현대적인 감성과 깊은 전통의 만남, 방유당 요즘 한식 다이닝
요즘 같은 계절에 어울리는 모던한 한식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판교 그레이츠몰에 위치한 ‘방유당 요즘 한식 다이닝’을 찾았습니다. 방유당은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름’이라는 한국 전통 식재료를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해 다이닝의 중심으로 세운 철학이 돋보이는 브랜드입니다. 전통방식으로 짜낸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오일을 활용한 요리를 통해 한국 고유의 맛과 향을 현대적으로 풀어냅니다. 스페인에서 오일이 하나의 식문화로 정착하고 특산품으로 상품화 되어있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었습니다. 올리브오일부터 마늘오일까지 정말 다양한 오일들을 특산품화 시켰었고 저 또한 무겁게 낑낑 사들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오일도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한식, 이렇게 우아할 수 있나요?
제가 선택한 메뉴는 정찬 A코스 (1인 89,000원)이었습니다. 구성은 화려하되 과하지 않고,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이 녹아든 절제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식전주 & 아뮤즈부쉬
묵직한 향이 나는 식전주는 입맛을 차분히 열어주었습니다. 한입 크기의 전채는 계절 식재료를 활용해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입에 넣는 순간 깜짝 놀랄 만큼 섬세한 맛이 퍼집니다.
들기름두부장과 보리빵
따뜻하게 데워진 보리빵 위에, 기름 향이 가득한 두부장을 살짝 얹으면 그 고소함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들기름 특유의 향이 너무 진하지 않게 조율되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감태버터와 홍새우구이
감태의 은은한 바다 향과 고소한 버터, 그리고 속이 꽉 찬 홍새우가 어우러져 ‘기름’이라는 소재를 가장 고급스럽게 표현한 요리였습니다. 젓가락을 들자마자 바삭하게 익힌 껍질과 풍미 깊은 속살이 대조를 이루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전주식 육회와 수삼튀김 샐러드
얇게 채 썬 수삼은 튀겨져 바삭하고, 배와의 조합은 달큰하면서도 시원했습니다. 육회는 신선하고 부드러우며, 전통 양념이 아닌 간결한 간으로 고기의 질감을 잘 살렸습니다.
한우 채끝 등심구이
미디엄레어로 구워낸 채끝살은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특제 기름 소금장과의 조합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조미를 더해주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식사 : 명란 솥밥
제가 선택한 명란 솥밥은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따끈한 김이 올라오며 고소한 냄새가 퍼졌습니다. 밥위에 올라가 있는 명란을 섞으면 밥 사이사이에 녹아들 듯 스며들었고, 입에 넣는 순간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비리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명란의 풍미는 쪽파와 김가루, 그리고 은은한 참기름 향과 어우러지며 밥 한 그릇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요리를 먹는 듯한 만족을 줍니다. 정말 “이 솥밥 하나만으로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디저트와 차
계절 과일과 전통 디저트가 아름답게 플레이팅되어 나왔고, 깔끔한 유자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완성도 높은 흐름이 돋보였습니다.
분위기와 서비스
방유당 그레이츠 판교점은 전반적으로 모던하고 절제된 미감을 추구합니다. 우드톤과 어두운 회색빛의 조화는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조명은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아 대화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분들의 설명은 자세하고 배려 깊었으며, 음식이 나오는 템포도 안정적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아주 좋고, 연인과의 기념일 혹은 중요한 접대를 위한 장소로도 손색 없습니다. 전체적인 공간 흐름이 고급스럽고 조용하여, 식사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장점과 아쉬운 점
장점
전통 식재료를 고급스럽게 해석한 정갈한 구성, ‘기름 중심 요리’라는 차별화, 공간·서비스·음식의 완성도 모두 높음,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 적합합니다.
아쉬운 점
예약이 필수일 만큼 인기 매장이라 당일 방문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메뉴가 계절마다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여, 자주 방문하면 새로움이 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후 계절별 테마 코스 도입이 있다면 더욱 만족도가 높아질 듯합니다.
개인적인 총평
방유당 그레이츠 판교점은 단순히 ‘잘 차려진 한식’을 넘어서, 기름이라는 전통 식재료의 미학과 품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입니다. 입으로만 먹는 식사가 아니라, 시각과 후각, 그리고 문화적 감각까지 자극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조용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요즘 한식. 방유당은 분명 그 최전선에 있습니다. 마치 스페인처럼 나중에 한국에 여행 온 사람들이 선물로 방유당에서 한식을 즐기고 방유당의 기름을 선물로 사가는 것도 한국을 알리는 좋은 형태일 것 같습니다.